2020. 6. 23. 14:20ㆍ과제/창작
무대의 아름다움
연극 연출가 유덕형 사상을 바탕으로
유덕형 전 서울예대 총장
아름다움, 모든 것이 연결된다. 연극 연출가 유덕형 선생은 무대에서의 조형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는 그의 경험에 입각한 연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데, 이는 그가 많은 경험을 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를 테면 운동가의 꿈이 깨어진 그의 아픈 경험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소년 시절 가장 매료됐던 ‘여성’도 해당될 수 있겠다. 그러한 요소에서 어린 덕형이 감성에 눈을 뜨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후 대학교에 가서도, 軍에 입대하고 나서도 경험을 발견했다. 가장 힘든시기에도 깨우침을 통해 발전한 상황으로 도달하기도 했다. 유덕형 선생은 이 같은 많은 경험을 한 후에 공연을 올린 것이다. 첨언하자면, 지난 69년에는 그의 선친의 作인 ⌜나도 인간이 되련다⌟를 비롯하여 세 작품을 내어놓기도 했다.
유덕형 선생은 경험에 입각해 그만의 극 세계를 펼침과 동시에, 세계의 연극, 현대극의 현장에서 동작에 의존하는 고유 가면극을 표현 수단으로 혼합하고자 했다. 이와 같은 동서양의 융합은 매우 실험적인 것이다. 다만, 그의 작 가운데「생일파티」를 제외하면 모든 작품을 우리의 극으로 했다. 이런 경력을 보았을 때 이국적인 것 보다는 우리 것을 활용하여 실험적인 극을 올린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본 글과 관련없는 사진입니다.
이런 유덕형 선생을 비판한 경우도 있다. 가장 먼저 비판했던 사람은 동랑 선생이었는데, “너는 관객을 치구로 생각하지 않는다, 공격적이다, 너같은 연극은 친구를 다 내쫓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철저하게 겪어야 할 아픔이라면 철저하게 겪어야” 라고도 했다.
많은 실험 정신은 다양한 경험에서부터 나타난다. 어떠한 경험이든 어디든 활용할 수 있다.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와 같은 오랜 속담이 존재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일 것이다. 실패도 실패를 해보아야 아는 것이다. 다만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충분히 얻을 법 했지만 고쳐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접근법도 필요할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 공연 업계에서의 매우 부적절한 사례가 있다.
뮤지컬 ‘햄릿’의 경우가 그러하다. 뮤지컬 <햄릿>은 공연을 올리는 기간 동안 공연을 수차례나 취소했다. 그것도 관객을 모두 입장시킨 후 일방적인 취소 통보였다.
<햄릿>은 유럽 뮤지컬의 흥행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연이 올랐고 흥행몰이를 한 이후 2017년에 재연하기도 했다. 작품의 흥행은 어느 정도 보장이 된 상태인 것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인지 스태프 임금을 후지급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우리나라 공연 업계의 ‘관행’에 따라 공연을 올렸다. 스태프 임금?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자 공연은 올릴 수 없게 되었고 갑작스레 취소된 것이다.
이는 매우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관객에 대한 예의뿐만 아니라 출연 배우들에게도 큰 이미지 손상이 일어났다. 일각에서는 취소의 이유가 배우들의 불성실함이 아니냐는 설이 나돌 정도로 출연 배우들은 극심한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공연의 일방적 취소 덕분에 점차적으로 공연의 발길은 줄어들게 되었고 심지어 문화의 날 50% 할인에 들어가서도 매진이 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이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햄릿 이전에는 뮤지컬 <드림걸즈>가 배우들의 건강 상태 때문에 갑작스레 취소를 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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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처럼 관념을 깨고 도전하는 실험 정신이 다소 부족했던 사례가 있으면 반대의 사례도 있다. 유희성 연출의 뮤지컬 <피맛골 연가>가 적당한 사례이다.
<피맛골 연가>는 서울의 이미지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제작한 서울시 창작 뮤지컬이다. 종로에 ‘避馬’라는 골목이 있다. 그곳은 천민 등 신분제상 하위계층의 사람들이 고위 관료들이 지나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곳에 모여 있었다.
만약 그곳이 아닌 큰 길에 있었다면 높은 계급의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머리를 조아려야 했을 테다. 그런 의미에서 탄생한 골목이 ‘피맛골’이다. 서울시는 그 골목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었다. 더불어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은 8명의 지명 공모자 중 선발된 이에게 대본과 음악 작업을 맡겼는데, 그 임무는 극작가 배삼식과 작곡가 장소영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작품 취지는 서울시를 알리고자 하는 것이었지만 대단한 작품성과 인기 있는 배우의 섭외 성공으로 인하여 위 뮤지컬은 매우 흥행하게 된다. 대극장 공연임에도 다른 공연의 절반 정도의 값으로 공연 관람을 허용한 것도 성공 요소에 한 몫 했다. 결국 2011년 제5회 더 뮤지컬 어워즈 작곡작사상, 음향상, 조명상을 수상하였고 배우였던 조정은과 박은태는 각각 여우주연상과 남우신인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외국 작품의 라이센스를 따와서 번역만을 거쳐 올리는 현재의 대부분 공연과는 달리, 지역의 홍보를 위해 만들었다는 취지 아래 공모를 하였고, 이를 통해 모두에게 기회를 주고 티켓 값 역시도 싸게 하는 등 다소 실험적인 정신을 통해 매우 흥한 공연을 성공하게 됐다.
이는 유덕형의 사상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실험정신이 매우 투철하였고 우리의 것을 사랑하였다. <피맛골 연가>역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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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공연 <햄릿>과 <피맛골 연가>는 같은 듯, 하면서 다르다. 하나는 실험적인 요소 없이 여태 행해오던 관행 그대로 진행하다가 실패를 보았고 하나는 새롭게 도전을 함과 동시에 어느 정도의 흥행 성공을 거머쥐게 되었다.
이처럼 유덕형의 도전하는 삶의 정신은 우리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적절하지 못한 상황과 항상 공존하고 있기에 망설이게 된다. 실험적인 삶, 어쩌면 안정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정신일지도 모른다.
그전에 우리에게 도전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사회적 요소가 필요하다. 부적절한 관행은 없어져야 할 것이며, 관행이 곪아있다면 점차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가 보여주려고 했던 공연의 아름다움이란 단순히 공연 작품 속 보여지는 아름다움을 포함하여 그 공연을 준비하는 배우와 제작팀을 향한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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